



벌써 들리는 것 같지 않아? ‘확신’을 건방지다고 여기는 양반들이 입술을 움찔거리는 소리가 말이야. 그들은 내가 허락하기도 전에 반박의 문장을 우르르 쏟아내 버릴 테지. 나 같은 경우에는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릴 겠지만……. 안 되는 인간도 있더라고. 갈등을 싫어하거나, 그런 소리조차 못 견디거나.
그럴 때는 단어 하나만 덧붙이면 돼. ‘대체로’라고 말이지. 그렇게 한 수 접고 들어가면 그 양반들은 고고하게 자비를 베풀어, 나름의 수긍이라는 것을 해주거든.
현실주의자와 이상주의자.
이성적인 이와 감성적인 이.
체계적인 인간과 즉흥적인 인간…….
무엇을 잣대로 들이대느냐에 따라 둘로 나누는 경우의 수는 해 안 가 의 모 래 알 처럼 수두룩하지.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다 쥘 필요는 없어. 손안에 남아, 떠나보내지 못하는. 모래알 속 사금을 제외하고는 ‘그 외’라고. 말하고 보니 궁금하군. 손바닥을 펼쳐봐. 이 이야기에서 무엇이 네 손을 떠날 수가 없는 잣대인지, 영영 놓아도 미련 없는 것인지 보자고.
예를 들어, 그래. 이런 거.
‘육지에 사는 인간’ 과 ‘바다에 사는 인간’
……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네. 무슨 질문이 그래? 세계착오적이잖아.
다시 한 번 기회를 줄게. 다른 질문을 해봐.
아까보다는 낫군.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여전하지만 말이야. 불퉁한 얼굴을 해도 어쩔 수 없어. 네 의문은 터무니없다고. 생물이라는 것이 왜 존재하는지, 그 생물에 어쩌다가 무수한 종이 생겼는지. 그런 것들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이 아니잖아?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존재하였으니,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라고. 알겠어? 그냥, 그런 거야.
끈질기기까지! 시대마다 너 같은 애가 있지. 한 명이거나, 운이 좋다면 여러 명이거나. 모두가 참이라고 말하는 명제를 뒤엎으려면 아무렴 혼자보다는 여럿인 게 나아. 혼자라면 거대한 ‘평범함의 해일’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에 딱 좋거든. 여럿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……. 순순히 휩쓸리지 않는 시간 동안 무언가라도 해볼 수 있잖아?
여하튼……. 난 너보다 많은 시간을 살아왔고, 그 시간만큼의 ‘현실’을 보았지만 가진 정보가 더 많지는 않아. 육지에 사는 인간, 바다에 사는 인간……. 두 출신의 공존이 자연스러운 사실이 된 지 『나』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는 증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. 그리고 지금 살아있는 모든 인간이 바로 그 증인이지.
그럼에도 불구하고, 네가 바닷속 플랑크톤처럼 조 각 난 이 야 기라도 바란다면 뭐, 어려운 것은 없어.
명심하도록 해.
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로지 ‘하나’라는 것을.
과한 확신이군. 이봐, 의지와 표상의 아이야. 눈에 담은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정답을 확신할 수 있지? 무엇이 아는 것이 무엇이 모르는 것인지, 어떻게 정확히 둘로 나눌 수 있느냔 말이야. 그래,둘로 말이야!
그 또한 인간의 본질이니까. 하지만 나름의 이유도 있다고. 제3의 선택지를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. 균형 있게 두드러진다면 삼각형이 될 테지만, 대부분은 그렇지 않아. 제3을 표방한 중도일 뿐이라고. 그렇게 되면 그게 삼각형이겠어? 직선일 뿐이지.
극단 사이의 경계
서로 다른 두 가지가 맞닿은 지점
불만이 있다면 네가 경 계 선 상 에 서 봐. 해일에 휩쓸려 직선으로 남을지…….
혹은 무언가라도 해서 삼각형이 될지.